서울의 랜드마크, 남산N타워를 가다。
서울의 랜드마크, 남산N타워를 가다。
처음 남산타워를 간 건 중학교1학년 여름방학때였다. 방학숙제로 과학관을 다녀오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을 위해 친구들과 이곳 남산을 찾았던 것이다. 그때 과학관이 문을 닫아서 본래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고, 아래 수목원과 공원을 한 바퀴 구경하고 비를 맞으며 돌아왔었다. 두번째 방문은 가족과였다. 제법 늦은 저녁이었는데, 친구들과 놀았던 남산공원의 계단을 시작으로 가족들과 힘차게 올라 남산타워를 갔었다. 그때 그 높이며 규모에 얼마나 놀았었는지. 안에는 수족관도 있었고, 가상체험이었는지 뭐였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그런게 있었던 것 같다.
그게 남산타워에 대한 나의 모든 추억이었다.
그리고 오늘 남자친구와 다시 남산타워를 찾았다. 퇴근 후, 잠시 남산한옥마을을 산책 삼아 돌고, 서울특별시 시청 별관을 지나 남산산책로를 걸어 국립국악관 더 위쪽에서 2번 버스를 탔다. 구불구불 거리는 2차선 도로를 오르고 내려선 곳은 어쩐지 낯선 버스정류장이었다. 사람들을 따라 언덕길을 오르며 참 오랜만에 온다고 소곤거리듯 키득거리듯 말하곤 제법 찬 바람에 잔뜩 움츠리고 올라서니 어느새 출퇴근 시간에 늘 보았던 남산타워가 턱하니 서 있었다.
그걸 뭐라고 말해야할까. 향수를 재생한다고 할까? 무언가 안에 꼭꼭 숨어있던 어떤 것이 불쑥하고 나와 한껏 기분을 고조 시키고 있었다.
제일 먼저 찾아 간 곳은 남산 봉수대. 예전에는 이곳에 제법 낙서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했는데 이제는 어쩐지 너무 깨끗하다. 새로 보수를 한 것일까. 그곳에서 서울을 바라보니 낯익은 명동과 충무로 시가가 보인다.


햇빛 쬐기는 이제 충분하다. 좀 더 구경하기 위해서 자리를 떴다. 남산타워를 중심으로 한바퀴 돌아 남산N타워 사진 하나 더 찍고 계단을 오르니, 우와 소망을 가득 담은 자물쇠들이 여기에 온통 다닥다닥 달려있었다. 이곳은 소망 자물쇠 광장이련가. 특이하고 독특한 자물쇠들을 몇 장 찍고 바람을 피해 내려왔다.
바람이 차다. 이제는 실내로 들어갈 때. 계단을 내려가며 전망 좋은 소망 광장을 다시 찍고 전망대 표를 끊고 실내로 들어갔다. 기억상으론 지상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갔건만 이제는 한 층 아래에 엘리베이터가 있다. 거기다 분위기도 예전과 180도 다르다. 뭔가 세련되어 졌다고 할까. 연초록으로 치장된 엘리베이터룸에서 잠시 대기했다 드디어 전망대로 올라갔다.
걸리버가 소인국에 왔을때 아래를 내려다 봤다면 이런 기분이었을까? 내 아래에 펼쳐진 서울의 풍경은 어쩐지 현실과 조금 다른 환상속의 어딘가 같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조금은 비틀린 저 아래는 역시나 일상과는 다르다.
사진을 찍다가 문득, 표를 찍지 않았다는 게 기억났다. 남자친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달라고 해서 한 장 찰칵. 꿀벌 대소동 제목이 참 귀엽다.
창에 비춰진 글씨들이 마치 영화의 인트로 화면 같다. 이리저리 궁리하다 결국 어설픈 몇 장 찍고 만다. 어쩐지 투명한 공간에 까맣게 박힌 글자들이 시선을 끈다.
남산타워 전망대도 구경할 만큼 했고, 이제는 해질녘을 기다릴 때이다. 석양의 풍경을 보기 위해 2층 카페테리아의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앉았다. 나는 카페모카를 남자친구는 카페라떼를, 그리고 제일 좋아하는 티라미스와 함께. 자리를 비운 남자친구를 기다리며 이리저리 사진을 찍는다.
수다와 장난과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해가 서서히 지기 시작한다. 저녁무렵의 도시는 어쩐지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나는 그것에 또 넋을 잃는다. 완전히 해가 저물기를 기다리며 63빌딩에도 조명이 들어오기를 기다렸지만 끝끝내 아무 반응이 없어 인내심도 얕은 나는 포기를 했다.
다신 전망대를 한 바퀴 돌며 서울의 야경을 감상했다. 도시의 매력은 역시 야경. 시간이 차츰 흐를때마다, 어둠이 점점 짙어질때마다 도시는 점점 인공의 빛을 더한다. 마치 분화구에서 분출된 마그마의 정열적인 붉음처럼 밤을 잊은 저곳은 이글거리고 있다. 아쉬운 것은 삼각대를 썼음에도 흔들린 사진들.
사진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전망대를 내려왔다. 그리고 여러 빛깔로 화려함을 더하는 남산N타워 사진과 아까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맞이하고 있는 정자 사진도 찰칵.
더불어 하늘을 비상하고 있는 모형 사람과 매표소도 찰칵. 이제는 슬슬 배가 출출하다. 결국 아쉬움을 뒤로하고 우리는 배를 채우기 위해 명동으로 향한다.
어둑한 계단을 내려오며 멀어져가는 남산타워를 돌아보고, 저 아래 반짝이는 명동을 감상하고, 그리고 맛나게 보쌈을 먹고 돌아오는 길. 휴식을 잃어버린 명동의 밤은 어쩐지 화려하면서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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