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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는 Wildfowl & Wetlands Trust(WWT; 새와 습지 트러스트)라는 국제적인 습지보전단체가 있습니다. '야생동식물과 사람을 위해 습지를 보전하자(Saving Wetlands for Wildlife and People)'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는 WWT는 모든 생명의 모태가 되는 습지와 습지의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WWT는 1946년 화가이자 자연주의자였던 피터 스콧경(Sir Peter Scott)에 의해 설립되어 지금은 영국 내에 9곳의 습지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를 합하면 전체 면적이 2천헥타(약 6백만평)나 되는데, 이 가운데 7곳이 특별과학적관심지역(Sites of Special Scientific Interest; SSSI), 5곳이 특별보호지역(Special Protection Area; SPA), 6곳이 람사사이트(Ramsar Site;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모두가 중요한 습지들입니다.
사람들은 이들 9개 방문객 센터(Visitor Centre)에서 오리·기러기·고니 등의 물새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으며, 습지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습니다. WWT의 9개 방문객 센터에는 지금까지 2천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찾아와 습지의 신비를 체험했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에서도 런던 습지센터(London Wetland Centre)를 방문했습니다. 런던 중심부에서 서쪽으로 4km 떨어진 템즈강변에 있는 이곳은 과거에는 런던 시민들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던 네모난 콘크리트 저수지(Barn Elms reservoirs)였다고 합니다. 20여년전부터 런던 시내에 습지센터를 만들고자했던 WWT는 1993년부터 쓸모 없이 버려진 이 저수지를 친환경적으로 복원하기 시작하여 2000년 5월에는 42헥타(약 13만평)에 달하는 습지센터를 개장했습니다.
WWT는 복원을 위해 '템즈 워터'(Thames Water; 저수지의 원래 소유주인 수돗물 공급회사)와 '버클리 홈즈'(Berkeley Homes; 주택개발회사)라는 두 기업과 협력하여 복원을 성공적으로 추진했습니다. 콘크리트 저수지를 허물고 자연스런 습지로 만드는 공사에는 5년이 소요되었는데, 갈대밭과 호수·늪·연못 등 30개 이상의 각종 인공 습지를 만들었으며, 30만포기 이상의 습지 초본류와 3만그루의 나무를 심었습니다.
1천6백만 파운드(약 290억원)에 달하는 복원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범국민적인 모금운동도 벌여 5백만 파운드라는 거액을 모았으며, 저수지 전체면적의 20% 가량을 300여채에 달하는 고급 주택단지로 개발하여 복원비용을 충당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어떤 나라의 수도에서 습지를 복원한 것은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인데, 복원공사를 시작한지 6년이라는 짧은 기간만인 지난 2월 2일 습지의 날에 특별과학적관심지역(SSSI)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는 도시화가 급격히 이루어진 지역에도 희귀 야생동식물이 인간과 함께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야생동식물 서식지도 매우 높은 수준으로 인공복원될 수 있고 또한 적절하게 관리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140종 이상의 새와 300종 이상의 나비와 나방, 6종의 박쥐, 4종의 양서류, 20종의 잠자리와 실잠자리 등이 매년 이곳에서 관찰되는데, 특히 이곳은 영국에서 알락오리와 넓적부리의 주요한 월동지이며 이곳에서 번식하는 새들도 많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지난해 10월 영국항공이 세계적으로 환경친화적이며 지속가능한 관광을 효과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기관에 수여하는 '2001 내일의 관광상(Global Winner of the British Airways Tourism for Tomorrow Awards 2001)'을 받음으로써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런던 습지센터는 크게 피터 스콧 방문객 센터(Peter Scott Visitor Centre)와 세계의 습지(World Wetlands), Waterlife, 야생지역(Wildside) 등 세개의 야외 전시공간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피터 스콧 방문객 센터에는 전망대(Observatory)와 탐구센터(Discovery Centre), 극장, 미술관, 카페, 기념품점 등의 공간이 연이어 있는데, 커다란 전망대에서 보는 광경도 무척이나 근사했지만, 탐구센터는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탐구센터에서는 습지와 습지생물에 관한 다양한 볼거리와 교육자료가 있어 사람들이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게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를 느끼고 공부할 수 있습니다.
세계의 습지 공간에는 동아시아지역의 논과 아프리카의 범람원, 툰드라 등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대표적인 습지 14곳의 환경을 축소시켜놓았을 뿐만 아니라, 각 지역에서 살고있는 대표적인 새들도 보여줍니다. Waterlife에는 연못과 습지 생물, 생태정원, 가축화된 오리 등 습지 생물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자료와 전시물들이 있고, 야생역에는 영국의 자연스런 습지 모습을 보여주는데, 야생의 새들과 개구리, 잠자리 등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습지센터를 둘러보는 것 자체가 커다란 즐거움이었습니다. 과거에 이곳이 콘크리트 저수지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호수와 습지를 볼 수 있었고,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수많은 새들을 보는 것도 무척이나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환경친화적인 개발과 서식지 복원을 통해 생태관광과 환경교육이라는 성과를 동시에 거둔 런던 습지센터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대도시를 뒤덮고 있는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걷히고 야생동식물 서식지가 복원되어 사람과 야생동식물이 함께 살아가는 날이 하루 속히 오기를 기원합니다. |